엊그제야 겨우겨우 여름 침구로 바꿨다. 장마철에 이불빨래라니, 건조기 없었으면 꿈도 못 꿨겠지.
이불 빨래는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하고, 매 계절마다 침구를 바꾸는데 이번 늦봄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러고 누워있다가 겨우 힘이 생겨서 침구부터 바꿨다. 언제부턴가 침구는 늘 버터색을 고르게 되었다.
그냥 제일 편안하고 질리지 않는 듯해서.

나는 여름용으로 나오는 홑이불이나 바스락거리는 러플원단을 못 덮는다. 안 그래도 불면증이 심해서 잠에 못드는데,
이불이 몸을 감싸는 느낌마저 없으면 아예 잠들 수가 없다. 쓸데없이 존나 예민해갖고...
그렇다고 솜이불은 역시 더워서, 적당히 얇고 덮는 느낌이 드는 여름 이불을 찾아 헤매는 게 매년 하는 일이다.
이번에 구매한 것은 만족스럽다. 다른 색으로도 사놔야지.

그러고서는 창문을 열어놓고 눅눅한 바람을 맞으면서 비가 오는 걸 구경했다.
좋아하는 인센스 하나 피워놓고 그냥 그렇게 방 안이 온통 까매질 때까지 앉아있었다.
여름은 늘 그렇지.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지면 그제야 약을 먹고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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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정확히는 속상했다는 말이 맞을까.
나는 일방적인 애정을 주게 되는 상황이 싫다. 누구는 사람은 식물처럼 대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람은 식물이 아니다. 말라 죽을 때쯤 한 번 애정을 부어주고 방치해도 되는 게 아니다.
너무 오래 겪어왔다. 그래서 신물이 난다. 거기에 내가 존중받는 느낌조차 받지 못하니까,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사람에게 의존해서는 안됐는데, 어느 샌가 의존하고 있었나보다.

처음 객지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만 그들을 보고 싶어하고, 그치들은 내게 신경을 쓰지 않는 걸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금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때보다 심한 것 같다.
너무 날카롭고 상처가 되는 말들이 쌓였다. 그래, 내가 한심하게 지내니까... 그래 내가 잘못한 거겠지...
그러던 것들이 이제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구는 건 그들도 내게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서인데.
체력도, 정신력도 모두 바닥나니 이제는 끌어모을 다정마저 없다. 그들도 그렇겠거니.
그러니 서로를 괴롭히지 말고 지내야지. 바란 게 많아 실망하는 것이다.

칠월이다.
여름, 칠월, 장마. 나를 기억해달라고 말했었지.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Somb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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