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쓰는 일기. 일기.. 월기를 떠나 분기 라고 읽어야 되겠다. 그새 장마가 지났고 난생 처음으로 견디기 힘들다 느낀 여름이 끝났다.
그간 온라인에 두문불출했듯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좋아하던 만화는 괴로운 결말로 완결이 났고 인간은 여전히 오만하고 다정은 닿지 못한다. 새 가을맞이 베딩은 이번에도 버터색이고 벽면을 가득 채웠던 지난 흔적은 적당한 것들이 대신한다.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사랑받는다. 당신의 다정한 글자에 기대고 사랑한다는 말에 눈물이 난다. 그렇게 여름을 버텼다.


내가 원래 이렇게 시니컬한 사람이었던가? 오히려 구질구질한 잔 정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자신을 정의내리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다는 걸 아는 나이인데도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한 계절이 지나는 동안 많다면 많은 일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에 관련된 것이라 진절머리가 났고 지겨웠고 메워지지 않는 거리라는 건 역시 경험의 문제만은 아니리라, 그렇게 느꼈다.

추석즈음에 방과 베란다를 완전히 뒤엎었다. 고향으로 돌아온지 1년 반이 되어서야 겨우 먼지가 가득 쌓인 이삿짐과, 그 이전의 이삿짐, 그리고 그 이전의 미련들을 모두 내다버렸다.


어설픈 것들을 참아줄 기력은 애진작 갖다 버렸다.

오늘은 작업을 하다가 누워있었는데 홀리님이 만두를 보내줬다. 맛있었고, 맥주를 먹다가 아, 오랜만에 블로그를 써야겠다. 했지.
건방지고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늘 그렇듯 적당히 뚱했겠지.
다정을 알아채는 것 역시 다정이다. 같은 결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거나, 적어도 비슷한 감도를 갖지 못하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내가 예민하다고 해서 상대를 참아준다는 오만은 또 웃기지. 애초에 관계란 그런 마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려없는 단어를 고르는 사람들에 진절머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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