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어그로처럼 써서 미안하다. 근데 진심으로 이 영화를 다시 정주행하게 만든 물음이 이것이었다.
진짜 지구에서 제일 가라는 쫄보1 인 내가 검은 사제들에서 시작해 사바하, 파묘까지 보게 만든 감독이 장재현 감독이다. 사바하는 어렵고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검은 사제들은 비교적 숨 참으면 볼 수 있었다. 둘 다 무서워하면서도 재밌었기에 차기작인 파묘를 기다렸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마주한 파묘는... 잘 나가다가(?) 갑자기 귀*의 칼날(?)이 되어 있던 것이다. 24년도 개봉 당시에는 오니...? 에? 여기서요? 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OTT에 업로드되면 멈춰가면서 볼 수 있고 소리도 조절할 수 있으니 자세히 볼 수 있겠거니, 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계획없이 파묘를 정주행하게 됐다. 2회차 관람인 셈이다. 내가 느꼈던 의문점들이 다시 영화를 보니 많이 해소되더라. 그래서 그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1. 나는 왜 화림이 후반부에서 도망만 치는지 궁금했다. 대살굿에서 그렇게 카리스마를 보여놓고.
그런데 두 번째로 보니 화림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유인 작전' 이었던 것이다. 상덕의 쇠침을 빼자는 주장--더불어 봉길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유일한 길--에 화림이 제안한다. "시간은 벌어드릴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화림이 오니에게 겁을 먹은 것은 맞지만 자신의 능력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럼 왜 그렇게 겁을 먹게 되었을까? 직접 굿이나 살을 날려 공격을 할 순 없었을까? 이 영화의 문법에서는 그럴 수 없고, 그래선 안됐다. 왜 그러한지 말하기 위해 먼저 오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2. 오니는 일개 장군인가?
검은사제들에서는 대악마, 사바하에서는 미륵이란 존재와 대항하는데 왜 파묘에서는 스케일이 작아져 장군 하나냐는 물음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더해보자면 이 오니는 '악의', 그리고 '악의를 갖고 행하는 행동' 그 자체이다. 파묘가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세히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의뢰자가 친일파의 후손, 여우가 범의 허리를 물었다, 주인공들의 보스격인 존재가 일본의 오니라는 것, 주인공들의 이름...)
즉, 오니의 존재 자체가 일본의 악행을 대변하는 것이다.
자, 오니의 등장씬을 되살려보자. 인간의 머리통을 툭 던지면서(ㅠㅠ) 화림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이냐. 인간이냐?" 편도 아니고 소속도 아니고 종(種)을 묻는다. 그건 자기가 인간의 범주 밖에 있다고 전제한 질문이다. 다이묘였던 건 과거고, 지금은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는 상태라고 본다. 일개 장군이라는 같은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신'이라는 존재로 스스로 격을 이동시킨 것이다.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일본이 한국을 짓밟으며 주장했던 논리를. 자신들은 우월하므로 미개한 나라의 사람을 지배하고 통치하겠다던 그 제국주의말이다. 그저 인간이었던 자가 신의 행세를 하며 끝없는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한다. 거기에는 설득도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즉, 무당으로서 화림은 한을 들어주고 달래주어 천도하는 역할을 가진 사람인데 오니는 애초에 한이랄 것도 없던 것이다. 그저 파괴하는 악의로 똘똘 뭉친 아주 험하고 못된 것이기에 화림은 겁을 먹는다. 화림의 지인에서부터 계속 이야기가 동일해진다. '일본 귀신은 그냥 곁에 가기만 해도 다 죽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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